그레이엄 헨콕의 <신의지문>을 접했던 때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인류문명의 발산지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마야, 황하 부터 시작하여서 그 밖의 다른 많은 문명속에서 인류의 기원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그러나 궁극적인 작가의 관심은 <남극>에 있었다.
종말론적인 위대한 신화의 무대는 바로 그런 시대가 아닐까?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신화를 고시대인이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러나 학자들이 틀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실제로 가공할 자연의 대재해가 연속해서 일어났고, 태고에 살았던 선조들은 거의 절멸당했고,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은 지구상의 여기저기에 산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간에 연락도 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p.263
이집트 문명을 가장 오래된 인류의 문명으로 인정하고 있는 현실 속에 이집트 문명과는 비교도 안될 더 오래된 초고대 문명이 존재하다 사라졌다는 의문을 품고 추적하는 이야기다. 이 책을 보면서 보이지 않고 알 수 없는 또한 알려지지 않는 문명이 정말 있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때 기분은 잊을 수 없었다.
이 세상엔 내가 알지 못하는 뭔가가 분명히 더 있을꺼야.
아니 있다고 확신해!
상상력은 그 때 자극되었다. 출퇴근을 반복하며 새로운 뭔가를 도전하고 찾기보다는 막연한 일상을 반복적으로 살아가는 요즘에야 그런 상상력을 자극할만한게 거의 없지만 초등학교 때는 무엇을 보기만해도 상상했었던 기억이 있다. 즐거웠다. 성인이 된 다음부터는 어느 순간 상상한다는 것이 부담처럼 느껴졌다. 각박한 현실에 상상력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그래서 삶의 재미와 흥미가 떨어졌는지 모르겠다. 상상력의 부재란 무엇일까? 그것은 미래와 현재, 과거에 대한 해석을 지워버리겠다는 몸부림이라 생각한다. 상상력 없이 무엇을 해석해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최근 내가 원하지 않는데도 그런 부재가 생기는 현실이라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 없다. 그런데 최근에 상황이 좀 달라졌다. 꺼져만 가는 상상력을 다시 깨울 사건을 접하게 되었다. 바로 <뉴럴런트>에 관한 이야기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뇌는 신호(자극)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정보가 전달되고 감정 및 다양한 현상에 대해서 하나의 <칩>만 있으면 다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일론 머스크는 이 일들을 이루기 위해서 10년간 다양한 실험을 해왔고 현재는 원숭이 실험이 끝나고 인간을 대상으로하는 임상실험만 남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수 많은 임상실험자 대기자가 기다리고 있다. 실험은 꽤 간단하다. 뇌의 수 십만의 전기 자극을 흘려보낼 수 있는 칩을 이식하고 이것을 끊어진 신경 넘어로 연결시킨다는 것이다.
사고로 인해서 오른쪽 다리의 신경이 끊어진 환자에게 뇌에서는 신경자극이 계속됨에도 다리 부근에 끊어진 신경이 이를 받지 못해서 다리가 움직이지 않게 되는데 이것을 극복할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놀라운 일이다.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것들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무한한 뇌>에 관한 이야기다. 이런 말을 한 번 쯤 들어봤을 것이다. "인간은 뇌의 20%도 사용하지 못하고 죽는다" 그렇다면 만약 뇌의 50%이상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무슨일이 벌어지게 된다는 말일까? 이러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적절하게 조합시킨 영화가 있다. 바로 <루시>다. 스칼렛 요한슨과 최민식의 조합이 언뜻 이상할 수도 있지만 내용은 상당히 괜찮았다.
불법적으로 만든 한 약이 있는데, 그 약을 어떤 우연한 계기로 루시는 운반하게 된다. 물론 불법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다량의 푸른 약을 흡수하게 된 루시는 뇌의 용량을 100% 사용할 수 있는 영역까지 다다른다. 그 과정에서 자유자재로 신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 하며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태동과 우주의 기원의 자리까지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끝내는 USB 형태로 남으며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신>의 영역에 도달하게 된다. 그리고 내용은 끝이 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났던 한 책이 있었는데 아리어니하게도 <개미>였다. 뇌의 미시적인 세계를 다루는 그 사건들이 루시와도 그리고 일론 머스크와도 연결이 되어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막연한 세계에 대한 풍부한 상상력. 그리고 그것이 실현될 날을 기대하며 오늘을 성실히 살아가는 것. 이런 생각 자체가 삶에 굉장히 큰 부분에 활력을 불어넣어줌을 느꼈다.
거시세계에서 미시세계까지 양자역학과 중력파와 우주의 신비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아는 영역보다 인간이 모르는 영역은 훨씬 더 많다. 이 사실을 인정한다면 얼마나 무궁한 재미가 우리에게 열려 있는지 알 수 있다. 뇌에 소형 칩을 이식하여 끊어진 신경을 정상화 시키고 더 나아가 배우고 싶은 운동능력이나 언어 학습에 이르기까지 뇌의 영역을 수십배 늘려 사용할 날이 멀지 않았음을 느낀다.
한편으로 열려진 미래가 인간에에 두려움을 가져다 줄지는 모르겠지만 그 두려움을 헤쳐나가는 용기와 도전이 언젠가는 미지의 영역을 개척할 때가 올지 모르겠다. 뇌는 분명히 인류의 미래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음을 다시금 확신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