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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이라는 선물 】 폴 브랜드, 두란노, 2021.

swave98 2021. 1. 29. 10:17

폴 브랜드 <몸이라는 선물>

 

인간의 몸에는 매혹적인 신비가 무한히 담겨 있다. 피부의 복원력, 뼈의 힘과 구조, 근육의 역학적 균형 등 당신의 몸은 저마다 쓰임새에 맞게 신기하게 빚어졌다. 뛰어난 실력으로 평생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헌신한 정형외과 의사 폴 브랜드 박사와 날카로운 통찰력과 필력을 지닌 작가 필립 얀시를 따라 놀라운 여정에 오르라. 장마다 해박한 의학적 지식이 살아 있는 영적 지혜와 만나 눈부시게 빛난다. 평범해 보이는 우리의 실존을 통해 영원한 진리가 밝혀진다. 우리의 작은 몸이 들려주는 거대한 복음! 이 시대 주님의 몸 된 교회가 가야할 길과 세상에 줄 수 있는 감동을 말하다!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 본연의 모습과 그 몸의 지체인 우리의 본분을 새로이 깨닫다! (몸이라는 선물 중)

 

폴 브랜드Paul Brand, (1914-2003)는 인도에서 선교사 가정의 자녀로 태어나 자랐다. 이후 영국 런던에서 의학을 공부한 뒤 인도와 미국을 오가며 정형외과 의사로 활동했다. 특히 혁신적인 한센병 치료술로 수많은 환자들에게 새 삶을 열어 주었고, 나아가 그들의 재활과 사회로의 복귀를 도왔다. 저서 중에 Clinical Mechanics of the Hand(손의 임상 역학)는 지금도 손 수술 분야의 고전으로 꼽히며, 그밖에도 필립 얀시와 함께 쓴 《아무도 원하지 않는 선물》(비아토르)과 God’s Forever Feast(하나님의 영원한 잔치)가 있다. 그는 전문가로서의 실력뿐만 아니라 체질화된 겸손과 원대한 모험 정신까지 갖추었으며, 영적으로 풍성하고 충만했다. 세상이 외면하는 소외층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인격체’로 존중하고, 그들의 회복을 돕는 데 헌신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제국 훈장 3등급, 권위 있는 의학상인 앨버트 래스커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내 생각에 다니엘서의 그 장면에는, 두 발은 이 땅을 든든히 딛되 시선은 영적 방향에 맞추어야 한다는 개념이 담겨 있다. 나는 날마다 시간을 내서 방향을 확인하고 하늘과 땅을 통합해야 한다. 이 물질계의 소란한 아우성 속에서 고요한 곳을 찾아내 내 삶을 인도하시는 세미한 음성을 들어야 한다. 나도 이방 문화 속에 살고 있으며, 이 문화는 내게 정욕과 교만과 폭력과 이기심과 물질주의라는 잘못된 가치관을 퍼붓는다. 살아남으려면 수시로 멈추어 살아 계신 하나님의 능력을 들이마셔야 하고, 의식적으로 내 사고를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 쪽으로 돌려야 한다. 성령님과 생생하게 교제하지 않고는 이질적인 이 땅의 대기에서 영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 다니엘은 바벨론의 거리를 내다보면서도 생각과 영혼은 예루살렘에 가 있었다. 달의 싸늘하고 험악한 대기 속을 걸었던 우주 비행사들도 다른 세상의 자원(산소)과 이어져 있었기 때문에 목숨을 부지했다. 나도 그렇게 날마다 하나님의 영을 의지해야 한다. 〈268-269쪽 중에서〉


경련성 근육은 창피함과 고통과 깊은 절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요컨대 경련성 근육은 전체 몸이 해 오는 요구를 무시한다. 그래서 이 역기능은 질병이라기보다 반란에 더 가깝다. 찰스 셰링턴 경은 뇌가 없이도 연못을 유유히 헤엄쳐 다니는 개구리를 연구했다. 부상이 경미해서 그러는가 싶겠지만, 그의 말마따나 행동을 잘 관찰해 보면 개구리는 아무런 목적도 없이 제멋대로 헤엄치며 반사 작용으로 발차기를 할 뿐이다. 뇌가 없으면 동작에 ‘목적’이 있을 수 없다. 치유하고, 먹을 것을 주고, 교육하고, 재소자를 섬기고, 하나님 사랑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등과 같은 사랑의 행위는 영적 몸인 교회가 해야 마땅한 동작이다. 그런데 지극히 선해 보이는 이런 동작도 위험한 역기능으로 변질될 수 있다. 경련성 근육처럼 우리도 친절한 행위를 자신의 유익과 명예를 위해서 할 수 있다. 우리 가운데 그리스도인으로서 봉사하는 이들은 이처럼 끊임없이 교만해지려는 성향에 부딪친다. 내 경우도 신앙 상담을 청해 오는 사람을 상담해 주고 나면, 상대가 내 방을 나서기도 전부터 나 스스로 얼마나 훌륭한 상담자냐며 자화자찬에 쉬이 빠진다 .〈286-287쪽 중에서〉


충직한 세포가 제일 먼저 할 일은 경청이다. 나는 몸 된 교회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파악하고, 다양한 메시지를 숙고하고, 준비된 자세로 기다려야 한다. 성령께서 다양한 통로로 말씀하시며 내게 갈 길을 알려 주시겠지만, 이는 내가 귀를 기울이고 있어야만 가능하다. 나야 곧장 행동으로 뛰어들고 싶을 수 있지만, 그것이 성령께서 감화하신 반응이 아니라면 몸 된 교회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간혹 거의 주체할 수 없이 바빠질 때면 나는 하나님과 함께 보내는 매일의 시간을 제쳐 두고 싶어진다. 하지만 지난 세월 내가 힘겹게 터득했듯이 그렇게 스트레스가 많은 순간이야말로 내게 영적 소생이 가장 필요한 때다. 하늘과 땅이 만나는 시간을 따로 떼어 두어야만 한다. 그래서 나는 기도하면서 어수선한 하루 일과를 하나님께 의탁하고, 내 삶의 자잘한 부분까지도 하나님의 뜻대로 보게 해 주시기를 간구한다. 〈390-391쪽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몸이라는 선물>은 두피플 서평단에 참여하면서 읽은 책 중에 가장 탄복하며 읽었을 뿐 아니라, 삶의 태도에 영향을 줄 만큼 의미 있었던 책으로 꼽을 수 있다. 폴 브랜드는 평생을 인도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며 선교했던 정형외과 의사다. 그가 어떻게 한센병 환자를 돌보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들을 돌보면서 깨닫게 된 하나님의 은혜를 육체의 유비를 통해 전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무리없이 잠자리에 들고, 잠을 자고, 잠에서 깨어나고, 다시 일상을 사는 패턴을 반복하면서도 우리 육체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도 감지하지 못한다. 살아있는 육체는 겉모양뿐 아니라, 세포, 피부조직, 근육, 뼈, 내장 등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협응하고 있는 상태인데도 말이다. 만일 우리가 이런 반응들을 끊임없이 감각해야 한다면 적잖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될 것이고, 삶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하나님은 우리를 창조하실 때에 세심한 배려를 잊지 않으셨다.

소개하기가 벅찰 정도로 인체는 엄청난 신비를 품고 있다. 게다가 끊임없이 움직이는 협응 유기체다. 나아가 한 유기체인 인간이 다른 유기체를 만나 또다른 심리적 반응을 주고 받고,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통해 만족을 경험하기도 하고, 비애를 겪기도 한다. 신묘막측한 육체의 유비를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게 하고, 성도의 교회됨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몸이라는 선물>은 그야말로 우리에게 잊고 살아 생소하지만, 소중한 선물을 전해준다.


이 책을 누구나 꼭 한번은 읽었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좋은 책을 접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